
스테이 구도
1900년대부터 서 있던 집이다. 목포역에서 골목으로 들어가면 나온다. 주변 건물이 거의 바뀌지 않은 동네다.
집에는 마당이 둘 있었다. 앞마당은 볕이 들고 건조하다. 낮은 돌담 화단이 있다. 뒷마당은 돌담에 둘러싸여 그늘이 지고 습기가 남는다. 잔디 위에 비파나무와 매화나무가 한 그루씩, 집이 서던 무렵부터 그 자리에 있었다.
같은 대지에서 빛의 양이 다르고 습도가 다르다. 두 마당은 각각 다른 조건을 갖고 있었다.
그 사이에 집이 있었다. 마당 둘을 나누고 있었다.
고칠 대상으로 보면 벽과 지붕과 방이 나온다. 두 마당은 그대로 갈라진 채 남는다.
이 집은 두 마당을 잇는 자리로 봤다. 그러면 집의 경계를 어디까지 지울 수 있는지가 문제가 된다.

고치기 전 마당. 화분과 생활 물건이 쌓여 있었다.
출입구에 폴딩도어를 달았다. 열면 문짝이 접혀 옆으로 밀린다. 열린 상태에서 문이 있던 자리에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. 여닫이나 미닫이는 열어도 문짝이 서 있다.
두 마당 사이에는 마루를 놓았다. 나무 바닥이고, 위에는 지붕이 있다. 실내라 하기에는 열려 있고 실외라 하기에는 덮여 있다. 이 면이 어느 쪽인지 정하지 않은 채 두었다.

폴딩도어를 열어 마루 지붕 아래에서 본 뒷마당.

앞마당에서 본 외관. 노출 콘크리트와 벽돌 계단이 만난다.
바닥 레벨을 다시 잡았다. 마당에서 마루로, 마루에서 실내로 들어가는 높이를 걸음 단위로 계산했다. 단차가 크면 그 지점에서 안과 밖이 갈린다. 이 집에서는 갈리면 안 됐다.
부엌과 거실 바닥도 마루와 같은 재료로 이었다. 실내로 들어와도 발밑이 바뀌지 않는다.

마루에서 실내로 이어지는 바닥.

처마와 벽돌 계단.
문을 열면 앞마당과 뒷마당이 한 화면에 들어온다. 볕이 드는 쪽과 그늘진 쪽이 동시에 보인다. 집은 두 조건 사이에 서 있고, 그 안에 있는 사람은 양쪽을 다 받는다.
바람도 지난다. 전면과 후면이 모두 창호라서, 두 마당의 공기가 집을 통과한다.
건물 동쪽 돌담에는 이끼가 있다. 볕을 덜 받고 습기를 머금은 면이다.
이 면을 가리지 않았다. 낮게 들어오는 빛을 그대로 두고, 안쪽을 잠자는 자리로 정했다. 조도를 낮추려고 따로 넣은 것은 없다. 원래 어두운 자리를 어두운 채로 썼다.

동쪽 돌담. 이끼를 가리지 않았다.
동네는 오래됐고 이 집은 새로 고쳐졌다. 고친 집 한 채가 골목에서 혼자 튈 수 있다.
뒷마당 잔디와 앞마당 노출 콘크리트 사이에 적벽돌을 깔았다. 두 바닥의 성격을 나누면서 동시에 잇는다. 벽돌의 색과 크기는 동네 담장에서 쓰던 것과 같은 계열이다.

골목에서 본 외관. 뒤로 신축 건물이 보인다.